서울 관악산 근처를 지날 때 치킨집 벽에 닭들이 내가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고 한다.
이상해 이상해
그때 심정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다음과 같다.
(지금보니 못보겠다) https://m.blog.naver.com/truthbetold/220979474184
그런데 책을 읽다가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무의식적 지식으로서 이미 나에게 속해 있던 것이(그 안에서) 표현되고 정리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최근에 어렵게 구한 후지코 후지오의 SF 단편집으로 2007년에 내가 위의 블로그에 썼던 내용과 매우 비슷한 내용이 표현되어 정리된 것 같아 매우 흥분되고 기뻤다.
그 내용은 바로 미노타우로스의 접시!
!
도라에몽 작가의 성인 SF 단편집…
우주선 불시착으로 주인공이 우연히 찾아오게 된 행성에서 만난 미노아(이상하게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설정.
그런데 저렇게. 예쁜 미노아가 이 행성의 주인인 ‘소’들의 식용이라는 것을 주인공이 알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산 채로 먹히는 것을 지켜보는 최고의 영예라는 미노아.
주인공은 잡아먹히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미노아에게 말하지만 미노아는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죽는다고 대답한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죽지만 죽음 자체의 결말보다 칼에 찔려 죽거나.또는 벼랑에서 떨어져 죽거나 그 과정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성에서 최고의 영예는 햄이나 소시지화되는 것이 아니라 산 채로 먹을 수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니(이 내용을 그린 사람이 도라에몽의 작가다.
당시 만화의 신데즈카 오사무가 의사 출신으로 SF물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본원적 질문을 과학적으로 풀었다면 후지코 후지오는 이에 동참하되 인문(인간이 그리는 모양)적으로 풀지 않았을까 한다.
)
소가 인간을 먹다니… 그게 당연한 행성이라니 미노아의 말에 더욱 놀란다.
단지 죽을뿐이라니…무엇때문에 태어났는지 모르는거야? 소에게 먹혀지는것이 최고의 영예로…주인공은 이 행성을 다스리는 소를 찾아가 따진다.
그런데 소의 말이.더 보기 흉해요.유사 이래 5천 년 동안 먹는 자와 먹는 자의 신분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은 없습니다.
소는 사람인 척하고 인간은 소를 돌본다.
결국 미노아는 미노타우로스의 접시위에. 올라가..
심지어 산 채로 먹히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미노아. 저렇게 해맑게.행복해보인다…
다시 2007년 당시 관악산 앞 치킨집의 닭이 생각난다.
스스로 ‘치킨이 맞다’고”오늘 밤 파닥섹콜?”을 외치는 모습에민호아가 겹쳐서 상기되고…
마지막 주인공이 구출되고 지구로 향하는 우주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눈물을 흘린다.
기다리던 스테이크를 뜯으며 눈물을 흘렸다니… 누가 사람이고 누가 하등 동물일까 나 역시 당시 잉글리쉬 머핀 속의 단백질을 먹고 불쾌했던 감정을 기록한 기억도 비슷하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을 일본 작가가 그린 ‘미노타우로스 접시’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걸로.흥분하던 중 읽던 다른 책에 인용된 문장 하나로 기쁨에 들떠 포스팅을 하러 가게 한다.
사실제가관악산앞치킨을보면서들었던생각도혹시스스로만들어낸새로운생각이아니고결국니체가한말이자기도모르게의식해서저를통해표현된것입니다.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시기적으로 후지코 후지오도 내 생각이 순전히 아니야. 그렇다고 일본에서 칭송받는 대단한 작가를 내가 깎아내릴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내 것이다.
없었다고 생각되며, 이에 겸손할 수밖에 없는 하찮은 자신도 되돌아보게 된다.